Q. 여랑야랑 시작합니다. 이재명 기자, 첫 번째 주제 갈까요?
'사뿐히 즈려 밟혀도…' 이렇게 제목을 달았습니다.
자유한국당, 여권의 선거법 개정, 공수처 설치 법안을 막겠다며 이틀 전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요, 왠지 긴장감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동료의원의 머리도 매만져주고, 커피 한 잔에 김밥도 먹고, 규탄집회 도중 하품도 하고
깜빡 졸기도 합니다.
Q. 어제 황 대표, '나를 밟고 가라' '사생결단' 결기를 보였는데, 다소 거리가 있네요.
본회의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인 탓도 큽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2012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물리력 행사에 대한 부담이 커졌습니다.
특히 올해 4월 한국당은 추억 속의 동물국회를 재현했다가 무더기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Q. 8개월 전 충돌로 한국당 의원 60명이 고발돼 있잖아요. 자칫 충돌하면 또 고발될 수 있으니 몸도 사리겠죠.
맞습니다. 고발된 의원들이 한국당에선 전투력이 제일 뛰어난 의원들이겠죠.
그런데 이들의 손발이 묶였으니 당 지도부에서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조경태 /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저희들 같은 경우 결국은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라도 법안 처리를 막겠지만 지금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몸싸움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지 않습니까.
물론 꼭 국회 선진화법이 아니어도 물리력 행사를 용납해선 안 되겠죠.
결국 한국당 입장에선 말싸움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이걸 범여권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윤소하 / 정의당 원내대표 (어제)
저희들은 거기를 밟고 가지 않습니다. 그분들을 피해서 본회의장으로 잘 들어갈 것임을…
Q.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할 수 없는 한국당을 조롱하는 느낌이네요.
맞습니다. 이미 예산안 처리 때도 한국당은 결사항전을 다짐했지만 28분 만에 뚝딱 처리됐었죠.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대표는 연일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내일은 대규모 장외집회도 엽니다. 몸을 던질 수도, 몸을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Q. 몸싸움은 물론 안 되지만, 어차피 못 막는다며 야당을 패싱만 한다면 여당도 역풍을 받겠죠. 다음 주제 갈까요?
'아들의 꿈 아빠의 한숨' 이렇게 제목을 붙였습니다.
뾰족한 수가 없는 자유한국당, 연일 문희상 국회의장의 공천 세습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습니다.
오늘 의원총회에서는 '부자 세습 No, 아빠 찬스 Out' 이렇게 쓴 현수막까지 내걸었습니다.
심재철 /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 할 국회의장이 자신 아들의 출세를 위해서 민주당 선봉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역사에 어떻게 남을지…
Q. 저렇게 콕 집어 공격하니 문 의장도 부담이 되겠네요.
그럴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런 논란 속에서 아들의 총선 출마 꿈은 더 확고해지고 있습니다.
문석균 /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여랑야랑' 인터뷰)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무슨 아버지 얘기를 들먹거리면서 하는 건 좀 웃기고요. 아버님의 생각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제가 나서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석균 씨는 변호사와 의사를 언급하며 자식이 부모와 같은 직업을 갖는다고 무조건 세습이냐, 이렇게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Q. 세습이란 단어가 좀 억울할 순 있겠지만 뭐 특혜의 소지는 분명히 있지요?
맞습니다. 그렇다 보니 민주당 지지층조차 요즘 사람들이 세습에 얼마나 민감한데 그걸 모르느냐, 이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아버지에 이어 자식이 국회의원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지역구를 곧바로 물려받는 경우는 정진석 한국당 의원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Q. 어쨌건 문석균 씨가 공천을 받을지 여론의 관심은 더 커졌고, 문 의장 부담도 따라서 커진 거죠.
맞습니다. 그래서 정치에 뛰어든 아들에게 아버지는 어떤 조언을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문석균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 ('여랑야랑' 인터뷰)
정치는 내가 너한테 준다고 해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런데) 방법이 하나 있어. 네가 나를 뛰어넘으면 돼,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님이.
문희상 의장은 자신을 뛰어넘어라, 이렇게 조언했다는데, 그 전에 먼저 넘어서야 할 게 있습니다.
오늘의 한 마디는 '지지층 설득부터' 이렇게 정했습니다.
네, 6선이나 했는데,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은 자리인 걸 보니 국회의원, 좋은 직업인 건 맞나봅니다. 지금까지 여랑야랑이었습니다.
연출·편집: 정새나PD
구성: 이재명 차장, 김지숙 작가
그래픽: 성정우 디자이너